[틈으로 보는 세상]IMF형 「공포공황장애」 환자 급증

  • 입력 1998년 6월 25일 19시 17분


주식투자로 ‘큰돈’을 날렸다며 최근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 찾아온 40대 남성. “별 이유없이 깜짝깜짝 놀라고 맥박이 빨라지며 땀이 쏟아진다”고 호소했다.

진단명 ‘공포공황장애’. ‘공포공황장애클리닉’ 행(行).

남편 몰래 빌려준 돈을 떼였다는 주부. “불안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손을 씻고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소연. 진단명 ‘강박장애’. ‘강박장애클리닉’행.

요즘 종합병원 정신과에는 ‘IMF형 환자’가 밀려들고 있다. 실직 부도 주가폭락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종합병원은 이 ‘추세’에 맞춰 정신과에 낯선 ‘클리닉’을 속속 개설하고 있다. 올들어 서울대병원에는 공포공황장애와 강박장애클리닉 외에 ‘조울병클리닉’이, 서울중앙병원에는 ‘스트레스클리닉’이 개설됐다. 이전의 ‘정신병’과는 원인이 다른 환자를 특화치료하려는 의도라는 게 병원측의 설명.

그러나 어떤 병을 고치는 곳인지 얼른 알기 어렵다. ‘간판만 그럴싸하게 내건 병원측의 불황타개책’이란 일부 비판도. 서울대 신경정신과 유인균교수는 “‘공황’에 가까운 사회 경제적 상황으로 ‘정상인’에게도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