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 입력 1998년 6월 22일 20시 44분


어린 황소 페르디난드.

다른 어린 황소들은 모두 다 달리고, 뛰어오르고, 서로 머리를 받으며 지냈지만, 페르디난드는 그렇지 않았어요. 페르디난드는 그저 조용히 앉아서 꽃 향기 맡는 것을 좋아했지요.

코르크 나무는 페르디난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였고, 페르디난드는 하루 종일 그 나무 그늘에 앉아서 꽃 향기를 맡으며 지내곤 했어요.

세월이 지남에 따라, 페르디난드는 점점 자라서 몸집이 아주 크고 힘센 황소가 되었어요. 같은 목장에서 페르디난드와 함께 자란 다른 황소들은 하루 종일 서로 싸우곤 했지요. 그들은 서로 머리를 받고 뿔로 찌르곤 했어요. 그들이 가장 바라는 일은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투우 시합에 뽑혀 나가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다섯 사람이 왔어요. 투우시합에 싸우러 나갈 가장 크고, 가장 빠르고, 가장 거친 황소를 고르러 온 것이었어요….

미국 동화작가 먼로 리프의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비폭력의 평온함과 스스로가 선택한 소박한 삶에 대한 행복감을 그린 고전적인 그림동화. 1936년 출간된 이래 세계각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뉴베리 상과 칼데콧 상을 받은 로버트 로슨의 흑백그림이 눈길을 끈다. 페르디난드의 콧김 소리를 옆에서 듣는 듯한 정교하고 세밀한 묘사가 인상적.

…, 어찌어찌 해서, 투우가 된 페르디난드. 페르디난드가 투우장에 들어서자 모두들 “공포의 페르디난드!”를 외치며 함성을 질렀어요. 페르디난드가 격렬하게 싸우며, 머리를 들이받고, 콧김을 내뿜고, 이리저리 뿔을 휘두르며 다닐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럽쇼?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투우장 한가운데에 들어선 페르디난드. 흥분한 투우사들이 페르디난드를 무섭게 노려보았어요. 그런데 페르디난드는, 엉뚱하게도 사랑스런 아가씨들의 머리에 꽂힌 꽃들을 바라보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그냥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취한 듯, 꽃 향기를 맡는 게 아니겠어요. 그저 그렇게 한없이…. 비룡소. 6,500원.

먼로 리프 글·로버트 로슨 그림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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