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허훈/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직장 출퇴근 거리가 멀어 원래 살던 집을 전세주고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전세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어쩔수 없이 은행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반환했다. 집은 6개월째 비어 있다.

대출이자와 아파트 기본관리비를 합하면 꽤 많은 돈이 나갔다. 5개월 동안은 돈을 이리저리 융통해 이자를 갚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회사사정으로 보너스 지급이 안됐다. 난감했다. 이자갚을 생각에 며칠밤을 뜬눈으로 지샜다. 아내도 짜증이 나는듯 신경질적인 말투가 늘어갔다. 이제 돈이 생길 구멍이라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다. 바로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요새 무슨 고민이 있니. 통 볼 수 없으니….” “아니에요. 좀 피곤해서요.” “시간있으면 내일 좀 들러라.”

다음날 어머니는 1백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자식이 준 용돈을 매월 푼푼이 모아 1년짜리 적금을 들었는데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천신만고 끝에 전세 들어올 사람을 구했다며 그동안 대출이자로 애간장을 태우던 나를 위로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결혼후 분가하고 나서 효도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오히려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내 처지가 무척 부끄러웠다.

허 훈(경남 사천시 송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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