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北으로 간 소떼는…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42분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북한을 방문한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의 활동상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 북한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북한 언론이 이에 관한 충실한 사실보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언론에 따르면 정명예회장은 16일 평양에 도착해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 등의 환영을 받고 목란관 환영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또 17일에는 평양에서 교예(서커스)공연을 보았고 18일에는 묘향산을 둘러본 것으로 보도됐다. 이것이 전부다.

정명예회장이 과연 김정일(金正日)총비서를 만났는지, 현대와 북측의 경협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소들은 어떻게 됐는지 등 정작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얘기가 없다.

더욱이 조선 중앙통신을 제외한 북한방송들은 정명예회장이 소 5백마리를 지원했다는 사실 조차 보도하지 않아 북한 주민들은 이를 알지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현대를 비롯한 업계의 채널들을 통해 정명예회장의 동정을 비공식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정명예회장이 18일 원산으로 이동했다는 것도 이런 채널을 통해 알려진 소식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단신(短信)조차도 하루 이상의 시차가 있어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폐쇄성에 대해 정부와 업계는 “북한은 원래 그런 나라”라고 체념한 듯 말한다. 한 관계자는 북한은 거대한 ‘뉴스의 블랙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월드컵 축구대회가 지구촌 전역에 생중계되는 이 첨단 정보통신시대에 북한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체제의 문(門)을 닫고 살 작정인지 실로 안타깝다.

한기흥〈정치부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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