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내일처럼』 남 돕는 유럽인들

  • 입력 1998년 6월 17일 08시 07분


95년 3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지점에 부임한지 2주후에 국경도시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한시간반을 달려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야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비까지 쏟아지는 바람에 길을 몇번이나 잘못 들어 예약해둔 호텔을 찾지 못했다.

지나가던 트럭을 세워 길을 물었다. 트럭 운전수는 길만 알려주지 않고 “조심해서 뒤를 따라오라”며 10여분을 달려 호텔까지 안내했다. 그는 “좋은 여행이 되라”는 말을 남기고 오던 길을 되짚어갔다.

2년 뒤 여름. 우리 가족은 독일 함부르크로 여행을 가던 중 중소도시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이번에도 시내를 몇번이나 돌았지만 호텔을 찾을 수 없어 한 음식점에 들어가 길을 물었다. 음식점 주인은 지나가던 택시를 불러세워 요금을 지불하더니 호텔길을 안내하라고 해놓고 우리에게 뒤따라가라고 했다. 눈물이 찔끔 나도록 고마웠다. 요즘 월드컵 축구게임을 TV로 보면서 나는 어려움에 빠진 이방인을 기꺼이 돕던 유럽인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암스테르담지점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직원은 가족과 함께 함부르크를 여행하던 중 자동차에 불이 난 일이 있었다. 화재를 목격한 주민들은 동료의 가족들을 집으로 데려가 차를 대접하며 안심시켰다. 경찰과 보험사에도 연락을 해 사고 뒷처리를 해줬고 나중에는 기차역까지 직접 안내했다는 것.

암스테르담 거리에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현지에 들른 우리나라의 장애인단체 관계자에게 “이곳엔 장애인이 참 많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우리나라에 장애인이 적은 것이 아니예요.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이 활동하기 좋고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차이예요.”

조원용(외환은행 계동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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