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佛초등교「지구촌 한가족」교육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22분


92년 가을 파리지점 근무발령을 받고 우리 부부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당시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이던 두 아이의 교육문제였다.

아이들이 따돌림을 받지 않을지,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교육과정에 적응할 수 있을지…. 모두가 걱정거리였다.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안심한 것은 애들의 교과서를 봤을 때였다.

단일민족의 순수성과 긍지부터 가르치는 우리와는 달리 프랑스의 교과서는 인종과 민족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가운데 프랑스인은 백인종이고 그 안의 여러 민족중 하나라는 것.

이런 교육내용의 덕분인지 애들이 동료 학생들로부터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는 일은 없었다. 교사와 학부모의 대화는 애들의 적응을 도왔다. 대화통로는 준비물 등을 적는 공책.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지각 이유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어보낸다.

한번은 학기 중에 ‘2주일간 가족이 함께 휴가를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적어보냈더니 담임선생으로부터 “생생한 교육과정이니 걱정말고 다녀오라”는 답신이 왔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2, 3학년이면 배우는 수학을 프랑스에서는 6학년이 돼야 배운다. 초등학생에게는 학과공부 부담을 많이 주지 않고 수영이나 예능 예절,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르치는데 주안점을 둔다.

프랑스에서는 식당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 학교에서 급식시간에 식사예절을 엄격히 교육받기 때문이다.

식당이든 극장이든 어디에서나 어린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흔한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그러고보니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매질하며 엄하게 다루는 부모를 프랑스에선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재후(외환은행 인사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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