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정계개편 볼모된 국회

  • 입력 1998년 6월 9일 20시 28분


15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정계개편의 볼모가 돼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로 상반기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여권의 ‘선(先)정계개편 후(後)원구성’방침으로 국회는 있되 운영은 안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여권은 ‘6·4’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내세워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을 허물어뜨려 여대야소(與大野小)를 만든 뒤 원구성을 하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도 8일 기자간담회에서 “원구성을 너무 오래 끌면 안된다”고 토를 단 뒤 “그러나 한나라당에 원구성을 주도적으로 맡길 수 없다”며 정계개편 후 원구성방침을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는 또 복수상임위제 도입 등 국회운영제도를 개혁한뒤 원구성을 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회법 개정협상이라는 명분으로 정계개편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서울출신 의원은 “여권이 정계개편 후 원구성을 하겠다는 것은 당리당략의 전형(典型)”이라며 “여권의 주장대로라면 한나라당의 과반수의석이 무너지지 않으면 원구성도 기약없이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권이 정계개편에 대한 국민지지를 내세우는데 대해서도 “국민이 국회공백상태를 오래 방치하면서까지 정계개편하는 것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는 지적도 한다.

여권으로서는 안정적 국회운영을 위해 여대(與大)상황에서 원구성을 하고 싶겠지만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이다. 먼저 원구성으로 국회를 정상화한 뒤 정계개편이든 의원영입이든 하는 것이 집권당으로서의 금도(襟度)가 아닐까.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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