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규민/뉴욕증시 DJ타종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57분


뉴욕증시는 1792년에 태어났다. 24명의 금융인들이 뉴욕 맨해튼 남쪽의 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모여 새로운 개념의 주식거래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이 모태가 됐다. 바로 그 나무가 있던 곳이 오늘날 뉴욕증시가 자리잡은 월가(街) 한복판이다. 2백여년이 흐르는 동안 뉴욕증시는 두차례의 대공황을 경험했고 87년 ‘블랙 먼데이’ 때는 사상 최악의 주가폭락으로 미국 전체를 경악과 비탄에 빠지게도 했다.

▼뉴욕증시에는 금기와 상징이 많다. 금기 중 하나가 숫자 9. 주가폭락으로 경제대란이 시작됐던 날들이 모두 9자로 끝났기 때문이다. 1929년 대공황 때의 블랙 튜즈데이도 10월29일이었고 블랙 먼데이도 10월19일이었다. 황소와 곰은 각각 주가강세와 약세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리스 코린트 양식으로 지어진 고색창연한 뉴욕증시 건물에 놓여 있는 황소머리 동상은 주가상승을 염원한다.

▼개장 직후 주식 거래시작을 알리는 종(鐘)도 뉴욕증시의 명물로 여겨진다. 증시측은 이곳을 방문하는 귀한 손님에게 타종의 기회를 주는 전통이 있다. 역대 미국대통령은 대개 한번쯤 이 종을 쳤고 작년 11월에는 중국의 장쩌민(江澤民)주석이 타종하면서 자본주의를 현장학습했다. 방미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8일 타종의 기회를 가졌다.

▼김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워싱턴보다 뉴욕을 먼저 찾은 것은 우리의 절박한 경제상황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인 뉴욕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한 지역이다. 김대통령의 뉴욕증시 타종이 외국 자본주들의 한국투자 신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