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아사히]印尼 명확한 정치일정 제시를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29분


지난달 출범한 인도네시아의 하비비정권이 정치개혁에 나섰다.

정당과 노조 결성의 자유를 인정하고 정치범 일부를 석방했다. 수하르토체제를 떠받쳐온 집권 골카르당이 분열하고 있으며 총선을 겨냥한 정계 재편이 시작됐다.

수하르토 퇴진을 계기로 민주화 흐름이 빨라지는 듯하다. 32년에 걸친 개발독재체제 종식을 바라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강렬한 요구를 실감할 수 있다.

최고조의 경제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 국민은 식량부족 실업 물가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특권층이 이권의 단물을 빠는 구조가 온존(溫存)된다면 학생과 서민의 불만이 다시 폭발할지 모른다.

새 대통령에게 남겨진 선택은 민주화를 추진하고 부패 오직(汚職) 등을 근절하는 것이다. 국민이 아픔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걱정스런 점은 하비비대통령이 전대통령의 측근으로 ‘작은 수하르토’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슬람세력 안에는 전대통령의 부정축재문제를 추궁하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으며 수하르토에 대한 탄핵은 하비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카르당을 구성했던 전정권시대의 특권층이 건재하며 군부가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개혁에 브레이크를 걸 우려도 있다.

하비비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법 개정과 총선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 보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리·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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