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백순기/장애아들 보고야 잠드는 모정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 어머니의 임종 ▼

어머니가 자식걱정을 뒤로 한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이틀전 집사람이 어머니에게 “어머니 기도원에 있는 아들 보고싶지 않으세요. 얼굴이라도 한번 보셔야죠”라고 말을 건넸다.

서른이 넘도록 어머니와 함께 살다 8년 전부터 전주 동암재활원을 거쳐 장성 할렐루야기도원에서 생활하는 불구 형님을 데려오겠다는 것이었다.

어머님은 ‘얼굴을 보면 마음만 아프다’는듯 머리를 저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식이 보고 싶지 않으셨을까. 운명하시던 날 밤 큰형수와 조카가 형님을 모셔오기 위해 장성으로 떠났다. 새벽 3시쯤 형님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도착했다.

형님은 어머님 손을 꼭잡고 “어머니, 저 왔어요. 눈좀 떠봐요”하며 우셨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자식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의식도 없던 어머니가 형님이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지 않은 것은 불구 자식을 두고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부모님이 자식에게 쏟은 정성의 10분의 1만 부모님께 쏟는다면 효자라고들 하는데 나는 100분의 1도 못한 것 같아 한없이 후회스럽다. 살아생전 정성을 다해 모셨어야 했는데…. 자꾸만 어머님 얼굴이 눈에 밟힌다.

백순기(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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