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話 문민정부 54/중간결산]정관가 재계 관계자 반응

입력 1998-05-25 06:36수정 2009-09-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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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

여권인사들중에는 문민비화 시리즈를 ‘새 정권의 집권 교본(敎本)’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이번 시리즈가 권력의 오만과 부패,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의 시행착오 등을 생생하게 드러냄으로써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은 “권력이란 무상한 것임을 새삼스레 느끼는 계기가 됐다”며 “김영삼전대통령의 측근들이 몰락한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줘 처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현정부에 생생한 교훈이 되고 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국민회의 핵심당직자는 “앞으로 5년 뒤 현정부를 평가할 때 또다시 극복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전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가끔 시리즈 얘기를 꺼내면 김전대통령은 ‘또 나에 대해 나쁜 기사를 쓴다고…’라며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민정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식의 오류도 적지 않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현철씨는 자신에 관한 기사가 게재되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취재원을 집요하게 추적하곤 했다.

▼ 검찰

검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역사 앞에는 성역이 없음을 실감한다”는 것. 과거 검찰의 부끄러운 모습을 확인하면서 역사 앞에 떳떳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검사도 있었다.

동화은행장 사건 수사검사였던 함승희(咸承熙)변호사는 “문제가 드러났을 때 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면 오늘의 국가적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회한이 든다”고 말했다.

현철씨 수사 검사들은 “1년전의 일을 비화로 다뤄 이르다는 느낌도 들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세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권력의 편에 서서 ‘부끄러운 검찰상’을 보여주었던 검찰간부들은 대체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으며 냉소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 재계

재계 인사들은 “문민정부 당시 경제정책이 결정되는 비밀스러운 과정들이 잘 드러났다”며 관심을 보였다.

삼성측의 한 임원은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과정에서 한이헌(韓利憲)청와대경제수석과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은밀히 만난 사실 등은 그룹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다”며 생생한 비사발굴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현대 관계자는 “문민정부 시절 무원칙한 재벌정책의 실상을 새삼스레 실감할 수 있었다”며 “현 정부에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반면 기사에 직접 거론된 인사들 중에는 “지금 와서 그런 얘기를 꺼내 뭘 하겠느냐”며 조용히 넘어가자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

일부 인사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너무 과거지향적인 것이 아니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관가

전직 경제부처장관은 “우리 부처 소관 사항 중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권부(청와대)에서 오갔을 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다”고 털어놓았다.또 다른 전직장관은 “새 정부출범에 맞춰 정리할 것은 정리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재정경제부의 한 국장은 “비화라는 기사 특성 때문이긴 하지만 일화 위주로 흐르고 있다”며 “비리와 정책난맥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양기대·이수형·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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