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거래 전면 자유화

  • 입력 1998년 5월 19일 19시 47분


정부가 외환거래를 완전히 자유화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국경없이 외화가 넘나들게 된다면 외자유치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외환거래가 자유화돼 달러가 우리나라의 제2통화로 자리잡을 경우 외환위기에 대한 면역성도 길러지게 된다. 특히 자금이 모자라 숙명적으로 고금리 굴레를 쓰고 있는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산업금리 인하효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조치를 통해 구시대적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환정책이 선진화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소득중 하나라고 하겠다.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운용해 오던 상업차관 도입이 자유로워져 특혜시비가 사라질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세계적으로 정부가 외환관리를 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속에 일본이 지난달부터 규제를 없앤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이번 조치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외환자유화에 따를 부작용들이다. 외화도피도 문제지만 규제가 없어짐에 따라 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할 대상은 이른바 핫머니로 불리는 단기성 투기자금이다.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핫머니 관리를 위해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하고 외국자금에 대해 일정기간 국내예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들이 준비되고 있다지만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얼마나 철저하게 실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해외 차관도입의 완전 자유화로 기업이 안팎에서 돈을 빌려 쓰게 되면 가뜩이나 빚더미에 눌려 있는 기업의 차입의존 경영상태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에 대한 보고의무를 엄격하게 하고 금융 전산망을 확대해 기업별 차입실태를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실무자들조차 내년 4월 시행이전에 전산망이 완료될지 의문이라고 실토한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돈이 쏟아져 들어 올 때 통화관리는 우리 마음대로 될 수 없다. 당국이 통화정책의 고삐를 놓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바로 물가관리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금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경제구조상 차이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물론 외환거래 자유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더구나 경제가 나쁠 때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서두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한 준비없이 이 조치가 취해질 때 우리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지금은 경제정책을 실험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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