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日王호칭 天皇으로]국민감정과 배치…원칙 세워야

입력 1998-05-18 06:57수정 2009-09-25 13:0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일본 왕에 대한 호칭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 천황(天皇)으로 부르는데 우리가 굳이 일왕(日王)으로 부를 필요 없이 천황으로 부르자는 것이다. 그들의 망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언론에서 쓰기 시작한 일왕이라는 용어를 청산해야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물에 대한 인식의 기초라는 정명사상(正名思想)이 발달하게 된 것도 호칭이 그 대상의 정체성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천황은 하늘이 낸 신의 아들로 천하의 맹주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황제라는 호칭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여 그 최고 통치권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 황(皇)과 제(帝)를 모두 동원한 것이며 황제를 천자로 부르면서 신격화하였던 것이다.

일본이 명치유신(1868년) 이후 최고 통치권자를 천황이라 부르면서 구심점으로 삼아 배타적인 국수주의를 형성시키고 이웃인 동아시아에 제국주의를 자행하여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전후처리 태도와 일본 지도층의 지속적인 망언도 이웃나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본 왕이라 하여 어느 때부터 언론에서 일왕으로 호칭하기 시작하였다면 그것은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이고 언론 나름대로의 고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일왕을 천황이라 부르는 것은 미국의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르고, 영국의 총리를 총리라 부르는 사실과는 다른 차원이다.

양국의 역사적 배경에 기인하는 국민 감정뿐만 아니라 천황이라는 용어의 함의에 우리가 동의해줄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천황이라 부르니까 우리도 천황으로 부르자는 논의는 현실론이다. 나라가 바로 될 때는 원칙이 서고 어지러울 때는 현실론이 힘을 얻는다. 적어도 외교문제, 특히 일본문제에 관한 한 원칙을 세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이 달라져서는 안될 것이다. 정옥자(서울대교수·한국사)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