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타임즈]ECB총재임기분할 「유럽상처」

  • 입력 1998년 5월 5일 21시 46분


유럽 단일통화를 관리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서류상 이 세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기구다. 이 점은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명백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지난주말 중앙은행총재의 임기를 분할키로 한 브뤼셀 협상은 유럽연합(EU)조약의 성과와 함께 유러화 자체의 신뢰도까지 무너뜨렸다.

이 협상으로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 승리를 거뒀다고 믿는 프랑스조차 마찬가지다.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독일국민이 타협할 수 없다고 믿었던 주요 원칙을 양보했다. 그는 9월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협상 결과가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변한 자크 상테르 EU집행위의장은 집행위의 권위를 떨어뜨렸다. 유러화의 태생적 약점은 11개 참여국뿐만 아니라 이들 나라와 거래하는 영국같은 나라에도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의장국을 맡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는 “빔 뒤젠베르크가 ‘자발적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해 자신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

뒤젠베르크는 “나이 때문에 임기를 모두 채우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는 자발적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나이 문제를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그 일을 맡지 말아야 했다. 무책임한 사람이 아닌 그가 왜 갑자기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됐는지는 명백하다.

블레어총리는 작년 6월 “어설픈 규범을 만드느니 차라리 유럽통화동맹을 출범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고도 이번 거래에 공모했다. 그래놓고 유권자들에게 영국의 참여를 권할 수 있을 것인가.

〈정리·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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