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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27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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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개들을 배변시키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하루종일 개들을 데리고 정해진 대로 코스를 돌며 훈련을 시키죠.”
대학에서 일본어교육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한일경제협회라는 단체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협회 소식지를 만들거나 협회가 주관하는 세미나를 챙기는 등 평범한 직장인 생활을 했다.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일이 대학 전공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사회에 봉사하면서 세상을 살고 싶었거든요.”
96년 여름 삼성그룹에서 시각장애인의 재활에 도움을 주는 맹인 안내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당시는 지금처럼 맹인 안내견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
“‘이거다’ 싶더군요. 워낙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민고민하다 결국 전직(轉職)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개 조련사가 되는 길도 쉽지 않았다. 정씨는 그룹 공채로 입사하기 위해 몇달 동안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직장일을 하면서 밤에는 공부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해 12월 결국 시험에 합격,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처녀가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했더니 처음엔 집에서 반대가 아주 심했습니다. ‘개똥 치우는 일이 그렇게 좋으냐’던 부모님도 나중엔 저를 이해하시고 요즘은 열렬한 후원자가 됐습니다.”
29일은 맹인 안내견의 날. 정씨가 현재 훈련시키는 안내견 ‘북실이’도 올 여름쯤 주인을 찾아 ‘눈’이 되어줄 예정이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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