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주환/개혁-변화 유연하게 적응하자

  • 입력 1998년 4월 24일 07시 25분


토인비는 역사발전의 원동력을 ‘도전에 대한 응전’과정에서 찾았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창조적 적응은 유연성에서 나오며 경직성은 패배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주장은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바뀌는 대전환기인 오늘, 전세계가 겪고 있는 변화의 물결을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숱하게 ‘도전에 대한 응전’을 외쳐왔지만 격랑 속에 내버려졌다.

따지고 보면 토인비의 역사관도 당시 과학관의 영향을 받았다. 그에게 역사란 점진적인 사회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적인 문명의 흥망성쇠에 다름아닌 것이었다. 현재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틀을 요구하고 있다.

물리학과 인류 발전과정의 관계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오랜 농경사회는 17세기 뉴턴역학의 등장으로 해체되고 산업사회로 이행했다. 20세기 초 양자역학 및 상대성 원리의 발견과 함께 산업사회는 정보사회로 바뀌었다. 토머스 쿤은 이같은 거대한 변화과정을 ‘패러다임’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려 했다. 인류문명사의 혼돈은 낡은 가치관이나 세계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리의 의식체계를 뉴턴역학적 강체(强體)기준체에서 일반상대성 원리에 입각한 연체(軟體)기준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하이젠베르크는 그의 저서에서 “양자론은 그동안 이뤄온 발전의 연속선 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보화시대를 가져온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현대인의 세련된 외모 뒤에 숨겨진 쇠뼈처럼 단단한 이데올로기는 변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면 새로운 한국은 없다. 국가개혁 교육개혁 경제개혁 국민의식개혁을 추진하는데 철학으로서의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개혁의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분수령은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다.

처절한 대전환의 시대를 맞은 이제 패러다임은 국가의 화두(話頭)가 되어야 마땅하다.

윤주환<패러다임전환 국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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