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 (703)

  • 입력 1998년 4월 22일 07시 02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8〉

마르자나의 칼이 심장에 꽂히는 순간 손님은 “억!”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는 뒤로 벌렁 나자빠졌는데, 그때는 이미 혼이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마르자나는 너무나도 정확히 손님의 심장 깊숙이 칼을 찔러 넣었던 것이다.

알리바바와 알리바바의 아들은 그 순간 그 너무나도 뜻밖의 사태에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도 마르자나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단검을 뽑아내어 비단 천으로 닦고 있었다.

“오! 알라 이외에 신 없고 주권 없도다! 손님을 모셔놓고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알리바바 부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치며 마르자나의 손에서 칼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들 부자는 마르자나가 미친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한 그들에게 마르자나는 더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주인님들, 주인님들의 목숨을 노리는 도적 두목을 치도록 하기 위하여 이 연약한 처녀에게 칼을 내리신 알라를 칭송합시다. 이 사나이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한 달 전에 기름 장수로 변장을 하고 왔던 도적의 두목이랍니다. 친절하신 주인님이 환대의 뜻으로 제의했던 신성한 소금을 거부했던 이 사나이가 도둑의 두목인지 아닌지 우선 확인부터 해보십시오.”

이렇게 말하고난 그녀는 쓰러져 있는 시체의 가짜 수염을 뜯어내고, 소매 밑에 감추고 있던 단도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의 신분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던 것은 그의 품에 간직하고 있던 피로 쓴 글이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던 것이다.

“알라께 맹세코, 나는 서른아홉명의 내 부하들의 목숨을 앗아간 알리바바와 그의 일족을 멸종시키고 말리라!”

그걸 보자 알리바바는 하얗게 질려버렸다. 후사인씨야말로 한 달 전의 그 기름 장수이며, 도둑의 두목이라는 사실을 마침내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 전부의 목숨을 구해준 젊은 처녀 마르자나에게로 다가가 와락 그녀를 껴안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오, 내 딸 마르자나야, 너를 보내주신 알라를 나는 칭송할 뿐이란다. 다만 한가지 더 바랄 것이 있다면,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여기 있는 내 아들과 결혼해서 정말로 우리 집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란다.”

그러자 마르자나는 기쁨에 찬 미소를 지은 얼굴로 알리바바의 손에 입맞추며 말했다.

“오, 주인님, 저로서는 더없는 기쁨일 뿐입니다.”

그녀의 이 말에 알리바바와 알리바바의 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두 젊은이의 결혼식은 그날 당장 거행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두목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이 급했기 때문이었다. 남자 노예 압둘라는 전에 서른일곱명의 도둑들을 묻었던 묘혈에 그들의 두목도 함께 묻었다. 그리하여 사십인의 도적은 모두 죽고만 것이다.

며칠 뒤 알리바바의 아들과 마르자나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젊은 신랑 신부는 더없이 행복해 했다. 그들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를 비롯한 모든 집안 식구들도 기뻐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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