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폴몬티」,돈 위해 옷벗는 남자들 이야기

  • 입력 1998년 4월 8일 07시 35분


남자에게 실직이란 단순히 돈을 못벌게 됐다는데 그치지 않는다. 남자의 자존심, 삶의 의미, 성적능력을 잃게 됐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일터를 잃은 영국남자 여섯명이 돈 벌 궁리끝에 여성전용 클럽에서 옷을 홀랑 벗는다(Full Monty)는 영화, ‘풀 몬티’는 그래서 남의 나라 얘기같지 않은 웃음과 찡한 감동, 짙은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철강도시 셰필드는 지금 고철더미로 변해있다. 특별히 무능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 멀쩡한 남자들이 해고를 당했다.

철(鐵)의 문명, 산업사회의 종말때문에 밀려난 그들은 테크놀러지와 문명전환시대의 희생자다. 게다가 가족부양의 부담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비쩍 마르거나 아랫배가 불룩 나온 중년 남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여자들 앞에서 스트립쇼를 한다는 것은 두가지 점에서 재미와 의미, 그리고 아이러니를 일깨워준다.

첫째, 모든 것을 벗어던진 뒤 되레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한다는 사실이다. 자기자신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일만 해왔던 ‘싸나이(마초·Macho)’들이 의복을 벗음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자의식을 입고 잃어버린 자존심까지 회복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던가.

둘째, 성적 역할의 뒤바뀜이 있다. ‘전통적’으로 스트립쇼는 여자의 몫이었다. “여자들에게 몸매로 평가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멀지않아 남자들은 멸종당해 공룡처럼 사라질거야” 등 남자들의 대사는 이들의 거세(去勢)공포를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속 남성 스트립쇼는 여자나 남자나 똑같은 사람임을 폭소와 함께 일러주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음악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일상속의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정말 흥미롭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3백만달러라는 적은 예산으로 제작해 전세계에서 2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으며 영국에서는 ‘쥬라기 공원’을 누르고 역대 흥행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브래스드 오프’에 이어 영국이 실업과 위기 극복을 위한 ‘현실적’ 영화를 내놓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IMF때문에 질식사할 지경이라고 비명을 지르는 우리 영화계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11일 개봉.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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