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신용평가社 말한마디에 요동치는 세계 금융시장

  • 입력 1998년 4월 5일 20시 14분


무디스 S&P DCR 피치IBCA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3일 일본 엔화가치를 폭락시킨 직접 계기는 무디스가 일본의 장기외화채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꾼 발표였다.

‘Aaa’등급을 유지하되 앞으로 이를 하향조정할 수도 있다는 한마디가 국제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진 것이다.

1월에는 무디스가 프랑스와 독일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뜻을 비치자 프랑스 독일 은행주가 폭락, 유럽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금융계에서 신용평가사들의 영향력은 미국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한국은 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조정에 사활이 걸려있다고 해도 별로 지나친 말이 아니다.

등급조정설(說)이 나오기만 해도 해당 국가의 환율 주가 금리가 요동친다. 한국은 이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해외에서 싼 금리로 돈을 빌려오기 어렵다. 대부분 투자회사는 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긴 등급에 따라 투자비중을 결정하는 내부규정을 갖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개별 투자회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요구할 수 없지만 신용평가회사들은 등급조정을 통해 개별 회사의 투자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한국신용정보 오광희(吳侊禧)이사는 “국경을 넘나드는 자금 흐름이 늘어나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할수록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영향력은 커진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하지 못하고 뒷북치기식 등급 조정에만 치우쳐 영향력에 걸맞은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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