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재성/실업대책 「숫자놀음」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실업대책은 새 정부의 가장 힘겨운 과제다. 각 부처에선 처방 마련에 바쁘다. 농림부가 28일 내놓은 것도 그중의 하나. 실업자 고용흡수를 위해 대대적인 숲가꾸기 사업을 벌여 ‘연인원’ 2백5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농림부는 또 6월말 완료를 목표로 현재 진행중인 농지이용실태조사에 구조조정으로 퇴직해 귀농한 도시 사무직 근로자를 투입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연인원’ 15만명이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미국 정부가 1933년 대공황 때 민간산림보전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이 단체의 주도아래 숲가꾸기 사업을 벌임으로써 연인원 1천5백만명의 고용효과를 거뒀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실업자가 이달중 1백5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직후여서 이 발표는 많은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농림부 계산은 과장된 것이다. 연인원 2백50만명이란 수치는 1만명이 2백50일간 작업을 한다는 가정을 토대로 계산한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실업자는 많아야 1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사업을 전담하는 산림청측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업규모는 5천명이 6월부터 10월사이에 1백일 정도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고용효과는 연인원으로 쳐도 53만명뿐이라는 것.

실업자 고용대책이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가 나름대로 대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실적 과시를 위해 숫자 부풀리기의 발상을 드러낸 것은 씁쓸하다.

이같은 부풀리기에 의한 숫자 놀음은 실직자들에게 또한번의 실망과 상처를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황재성<경제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