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윤옥/日의 「정신대 배상」을 촉구한다

입력 1998-03-30 19:58수정 2009-09-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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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1백55명의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49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중에 일본 정부가 배상금을 지급하면 이를 국고로 환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일본이 국가배상 회피용으로 세웠던 소위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과의 씨름판에서 우리가 승리했다는 것을 알리는 기쁜 종소리와도 같다.

▼ 새정부 결단에 박수 ▼

지난 2년여 동안 일본의 ‘국민기금’은 우리나라 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1인당 5백만엔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유혹을 일삼아왔고,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7명의 할머니들에게 이미 지급까지 했다.

그리고 두차례에 걸친 우리 국민의 ‘할머니지키기 모금’에서 표출된 민족적 자존심을 무시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통제하에 들어가자마자 몇몇 일간지에 돈을 지급하겠다는 전면광고를 게재,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노력을 호도하려 했던 사실을 많은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결성 초기부터 여섯가지 운동방향을 분명하게 내걸어 왔다. 첫째로 일본정부가 전쟁범죄였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할 일, 둘째 일본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배상할 일, 셋째 교과서에 기록하여 후세교육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일, 넷째 진상을 규명하고 증거서류를 공개할 일, 다섯째 책임자를 처벌할 일, 마지막으로 희생자의 위령비를 세울 일 등이다.

그리고 92년부터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시위(현재 3백5회) 등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으며 국제기구들도 일본정부에 대해 강력한 권고를 아끼지 않았다. 유엔인권위원회 쿠마라스와비 보고관의 권고, 국제법률가위원회(ICJ)의 권고,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권고, 국제노동기구(ILO)전문위원회의 권고 등에다 군위안부 정책관계자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입국금지조치 등 국제적인 압력이 95년에 집중적으로 일본정부에 가해지자 일본정부는 국민기금이라는 해결책을 찾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동안 정대협은 전적으로 국민기금이라는 방패막이와 씨름을 하느라 본래의 운동을 강화해 나갈 수 없었다. 더욱이 지난해 후반기에 ‘할머니지키기 모금’이 IMF 관리체제로 부진해졌다. 정대협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국정부에 대만모델의 지불을 요청하며 한국 정부의 지불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그러던중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에 모였던 한일의원연맹 모임에서 김대중대통령은 ‘군위안부문제는 과거청산문제를 넘어서 인권의 문제이다’고 말했으며, ‘김대중납치사건은 일본의 가시가 되어 있으나 이 군위안부문제는 일본의 정신적 가시이다’고 언급함으로써 새 정부의 자주적 외교의 태도를 명백히 밝혔다. 새 정부의 굴욕적 외교가 아닌, 자주적 외교로의 전환으로 이번 한국정부의 단안이 내려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젠 ‘국민기금’과의 더러웠던 돈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다시금 우리들 본래의 운동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정대협의 6가지 요구사항은 기본적으로 역사청산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 日 전쟁범죄 속죄해야 ▼

4월 15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될 ‘아시아연대 국제회의’에서는 북한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로부터 참가자들이 모여 ‘이제는 일본정부의 배상으로 해결을!’이란 주제로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독일정부가 유태인에게 깨끗이 전쟁범죄를 시인하고 배상했던 것처럼 일본정부도 더이상 군위안부 할머니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없으며 깨끗하게 결론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김윤옥<정신대문제대책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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