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난극복 뜻 모아 달렸다

동아일보 입력 1998-03-29 20:04수정 2009-09-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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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 의지를 하나로 다진 범국민 달리기 한마당 축제가 끝났다.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은 98동아마라톤 마스터스대회에는 무려 6천8백여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참여해 IMF한파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일체가 되는 화합과 희망의 레이스를 펼쳤다. 이번 대회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그들은 ‘함께 달리고 함께 이겼다’.

69년 전통의 동아마라톤은 이제 국내외 철각(鐵脚)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기록과 순위를 가리는 경주만은 아니다. 일제(日帝) 암흑기엔 한민족 희망의 축제였고 해방 후에는 한국마라톤 중흥의 견인차로서 수많은 우수선수를 배출해 마라톤 한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왔다. 그리고 국제대회로 승격한 94년 세계 각국의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스 부문이 창설되고 96년대회부터는 ‘1미터 1원’ 사랑의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동아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닌 국민적 화합과 사랑의 실천을 목표로 한 문화체육축전으로 승화되었다.

‘1미터 1원’ 사랑의 마라톤은 마스터스대회 출전자가 각자의 후원인을 정하고 그들로부터 1미터에 1원씩, 달리는 거리만큼 성금을 받아 불우이웃을 돕자는 또다른 달리기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사랑의 레이스는 어느 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이미 국제마라톤대회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 동아마라톤이지만 올해는 국제대회 개최를 유보했다. 한푼의 외화라도 아낌으로써 IMF체제하의 고통을 국민과 함께 나누며 그같은 공감대를 폭넓게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각계 각층의 인사가 일반 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며 국난극복의 결의를 다진 이번 대회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정신을 우리의 정신적 지표로 한단계 끌어올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배 가까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1미터 1원’사랑의 달리기에 동참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인기연예인, 경영진과 근로자, 주한 외국인 그리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온 코흘리개 꼬마까지 사랑의 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이웃을 아끼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호응은 동아마라톤 축제 한가운데로 쏘아올린 한줄기 희망의 불꽃이었다.

마스터스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는 별개로 또 하나의 한국최고기록 경신의 기대는 아쉽게도 무산됐다. 그러나 한국마라톤의 새로운 기대주 김이용의 우승기록 2시간12분24초는 92올림픽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에는 무더운 날씨였으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그의 역주는 마라톤의 정수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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