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⑩/경기부천실업高]살림 도맡은 이주항교감

  • 입력 1998년 3월 16일 08시 39분


“우리 학교에서는 학업성적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것을 배우면 그 뿐입니다.”

부천실업고의 살림을 맡고 있는 이주항(李柱恒·37)교감.

이교감이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 야학교사로 활동하면서부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자라나는 것이 안타까웠다. 대학을 졸업한 뒤 뜻이 맞는 젊은 교사들과 의기투합, 일하는 아이들에게 삶의 철학을 가르치자는 취지로 89년 학교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교사들이 월급 한푼 못받고 아르바이트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교육에 대한 열정만 가지고 맨 주먹으로 시작한 거지요.”

그는 요즘 다소 들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교육청에서 학력인정 고교로 인가받아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학교를 설립한 지 10년만에 이룬 꿈이다.

“지난해 교육청에서 학력인정고교가 됐다는 공문을 받았을 때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이 손잡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이교감이 학력인정을 그토록 고대한 이유는 그동안 고교 졸업장이 없어 중도에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

“대학 입시교육을 위해 학교를 세운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무작정 만류할 수 없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이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체 근로자인 학생들이 특별전형으로 전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평범한 삶이 위대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자는 설립 당시의 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졸업장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우쳐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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