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60)

  • 입력 1998년 3월 12일 11시 1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28〉

밤이 되었을 때서야 저는 젊은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찌하여 그 포악한 도적들의 포로가 되었던 거요?”

제가 이렇게 묻자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형제여! 나의 아버지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성을 다스리는 왕이랍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문학이나 학문을 몹시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카이로나 다마스쿠스처럼 큰 도시로 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 공부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오래 전부터 아버님께 말씀드려 카이로나 다마스쿠스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 아버지는 펄쩍 뛰며 반대했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멀리 타국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내가 워낙 끈질기게 졸라댔으므로 마침내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년 동안만 공부를 하고 오년이 지나면 귀국을 한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저는 아무말하지 않고 듣고 있었고 젊은이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꿈에도 그리던 다마스쿠스로 가 더없이 훌륭한 현자들을 만나 열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약속한 오년이 되자 아버지는 제가 귀국할 수 있도록 신하들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고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당신이 보았던 그 도적들을 만난 것입니다. 놈들은 닥치는대로 신하들을 죽이고 금품을 약탈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죽이지 않고 궤짝에 가두어가지고는 놈들의 비밀 장소로 데리고 갔던 것입니다. 놈들은 저의 신분을 알았기 때문에 몹시 난처했던 것입니다.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려줄 수는 더욱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당신이 나를 구해준 것입니다. 정말이지 당신이 아니었다면 놈들은 끝내 나를 죽이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신세 이야깁니다만, 당신은 대체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나는 나그네로서 바그다드로 가던 중 길을 잃었소. 그러던 중 하룻밤 묵어갈 생각으로 동굴 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가 마침 도적들의 소굴이었고, 거기서 당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거요.”

제가 이렇게 말하자 젊은이는 몹시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길을 잃었던 것이며, 하룻밤을 묵어가겠다고 그 동굴 속으로 들어왔던 것이며, 그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소. 모든 것이 전지전능하신 알라의 뜻이었소. 알라께 맹세코, 나는 이제부터 당신을 나의 친형제로 간주하겠소. 나는 당신을 나의 고국으로 데리고 가 아버님께 소개를 하고, 당신이 원한다면 나의 고국에서 평생토록 나와 함께 살게 할 것이며, 굳이 당신이 바그다드로 가겠다면 당신이 무사히 거기까지 갈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주겠소. 그러니 날이 밝으면 나의 고국으로 함께 갑시다.”

저는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몹시 기뻐했습니다.

날이 밝자 우리는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이렇게 꼬박 사흘을 쉬지 않고 달렸을 때 마침내 우리 눈 앞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도성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거기가 바로 그 젊은 왕자의 고국이었던 것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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