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간]LG패션 「마에스트로 홀」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밤. 서울 압구정동의 밤하늘엔 재즈 선율이 흐른다.

퇴근후 가볍게 저녁을 때운 친구 혹은 연인들. 봄바람에 가벼워진 옷자락을 날리며 손을 잡고 모여든다. 목적지는 95년8월부터 매월 마지막 금요일 밤 무료 재즈 콘서트가 열리는 LG패션 사옥 9층 마에스트로홀.

지난달 27일 오후7시. 홀을 가득 메운 3백여명의 20대후반∼30대초반 청중들. 고정 연주자인 신관웅이 이끄는 재즈퀸텟의 첫 곡은 요절한 천재 트럼페터 클리퍼드 브라운의‘Joy Spring’. 희끗희끗한 긴머리를 동여맨 피아니스트 신관웅의 손끝에서 봄은 이미 튀어오른다.

국내 재즈 1세대인 신관웅(피아노) 임헌수(드럼) 강대관(트럼펫)…. 재즈도 ‘무르익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 ‘재즈의 쇼팽’ 빌 에번스의 왈츠곡 ‘Waltz For Debby’. 결코 감정을 분출하지 않는 에번스와 달리 신관웅의 열 손가락은 건반 위에서 정말 ‘왈츠’를 춘다.

결코 완벽하진 않지만 또 그런게 멋. 구멍이 송송 뚫린 스펀지인 듯하나 막상 짜보면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응집된 맛. 정말 듀크 졸단의 곡처럼 ‘No Problem’.

30년대 스윙(춤을 전제로 한 듣기 좋은 재즈)에서 40년대 비밥(현란한 기교와 멜로디 중시)으로, 또 60년대 프리재즈(즉흥적 연주)로 변천하면서 어느덧 ‘몇몇 마니아를 위한 음악’으로 여겨지는 재즈. 하지만 신관웅퀸텟은 ‘재즈는 들으면 즐거운 음악’임을 상기시켜준다. 친구와 함께 온 임수미씨(25·MBC방송아카데미수강생). “재즈마니아는 아니지만 그저 음악이 좋고 ‘성숙한 젊음’이 함께하는 분위기가 좋아요.”

LG패션후원/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오후7시/3월27일엔 신관웅과 오무리 히게히코(콘트라베이스) 등 일본재즈연주자 합동공연/지하철3호선 압구정역 하차, 갤러리아백화점쪽으로 가다 성수대교 남단 네거리에서 관세청쪽 1백m 지점 LG패션빌딩, 버스는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앞 하차/공연문의 02―3441―8472

〈이기홍·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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