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규민/오보에 놀란 주가-환율

  • 입력 1998년 3월 6일 20시 12분


시차(時差)가 없는 지구촌 시대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일부 국내언론의 보도가 6일 한국의 주가하락과 환율불안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금세 뉴욕에까지 전해졌다.

결론부터 말해 오보가 분명한 이 보도에 뉴욕 무디스 본사도 크게 놀라는 모습이다.

무디스사는 6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또는 상향조정하기 위한 어떤 종류의 사전작업도 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당분간 한국의 등급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긴급 해명했다.

문제의 보도가 이루어진 경위는 이렇다.

미국 국무부 산하 뉴욕외신기자센터는 3, 4일 이틀간 뉴욕주재 외국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월가 견학을 주선했다.

무디스사를 방문했을 때 기자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무디스사 크리스 마흐니전무와 빈센트 트롤리아 국가신용도 분석실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한국의 상황은 작년보다 나아졌고 최근 1주일 전보다 외환보유고도 늘었다. 그러나 단기차입금리는 아직 높은 상태이고 채권의 상환능력은 불안정하다. 한국보다 사정이 좋은 나라도 Ba1등급이다.

따라서 한국을 Ba1에서도 ‘하향가능 범주(Under review for possible down grade)’로 매긴 것이다.”

올 1월 9일에 매겨진 이 등급은 현재의 상태가 ‘Ba1등급 하향가능 범주’라는 것으로 하향조정 검토의 뜻은 전혀 아니었다.

일부 언론은 이같은 전후사정을 모른 채 무디스의 설명을 곡해해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라고 오보한 것이다.

이 보도로 인한 혼란은 누가 책임지며 엉뚱한 피해를 본 사람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나.

이규민<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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