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59)

  • 입력 1998년 3월 6일 07시 32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27〉

다행히도 도적들은 하나 같이 술에 곯아떨어져 시끄럽게 코를 골아대며 자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누구의 눈에 띄지 않고 그 젊은이가 갇혀 있는 궤짝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궤짝을 연 저는 그 젊은이에게 속삭였습니다.

“살고 싶으면 아무말하지 말고 나를 따라오시오.”

이렇게 말하고난 저는 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내어 젊은이를 묶고 있는 밧줄을 잘라주었습니다. 젊은이는 아무말하지 않고 저의 뒤를 따라 동굴을 빠져나왔습니다. 동굴을 빠져나오기 전에 저는 몰래 마굿간으로 들어가 굴레며 안장이며 끈이란 끈은 모두 칼로 잘라버렸습니다. 젊은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면 도적들은 말을 타고 뒤쫓아올 것이 틀림없는데, 굴레나 뱃대가 잘려져 있으면 당장 말을 탈 수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십 여 마리의 말들의 굴레며 안장의 끈을 모두 칼질하면서도 저는 젊은이가 타고갈 말 한 마리는 남겨두었습니다.

모든 조치가 끝나자 저는 따로 남겨둔 말 한 마리와 바위 뒤에 숨겨두었던 저의 말을 끌고 동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젊은이에게 말했습니다.

“어서 말에 오르시오. 우리의 목숨은 알라의 처분에 맡기기로 하고 이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여기서 달아납시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젊은이는 이렇게 말하고 말 위에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바로 그때 우리의 등 뒤에서는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도적의 무리 중 하나가 달아나는 우리를 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뒤돌아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온통 칼질이 되어있는 굴레며 안장 끈을 수선하는 동안 우리는 한 발짝이라도 더 멀리 놈들로부터 달아나야 했으니까요.

우리는 밤새도록 달렸고, 날이 밝은 뒤에도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솟아오르고 날이 더워지자 우리는 잠시 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탄 말들이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제여! 그대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오. 그대처럼 용감한 젊은이를 보내주신 알라께 나는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잠시 쉬는 동안 젊은이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까지도 그 젊은이는 저를 남자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그에게 저는 소리쳐 말했습니다.

“그런 한가한 소리나 할 시간이 없어요.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여물을 먹이세요.”

제가 이렇게 소리치자 젊은이는 두말 하지 않고 제가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말들이 물을 마시고 여물을 먹고 있는 동안 저는 말들의 상태를 점검해보았습니다. 짧은 휴식이 끝난 뒤 우리는 다시 말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우리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탄 말들이 지칠대로 지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느 커다란 바위 밑에서 하룻밤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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