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22년간 55차례 헌혈 박상규씨 가족

  • 입력 1998년 2월 28일 09시 04분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 가족기념일이면 가장들은 대개 선물이라도 미리 준비해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

한진해운 인천지점장 박상규(朴尙奎·54)씨는 이런 소중한 날이면 특별히 들르는 곳이 있다. 인천 적십자 혈액원이다. ‘헌혈하는 일’을 잊지 않기 위해 가족기념일에 헌혈을 한다. 이렇게 20여년간 55차례나 헌혈을 했다. 매회 4백㏄씩 뽑았으니 성인 5명분의 양.

처음에는 “결혼기념일에도 헌혈을 하느냐”고 투덜거리던 아내 홍영완(洪英琓·52)씨가 동참했고 대학생 두 아들도 가세, 아버지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네명이 헌혈한 횟수는 지금까지 1백여 차례. 가족의 이런 헌혈 열정을 그는 ‘헌혈 1백단’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는 78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현혈차에 처음 올랐다. 당시는 피를 돈으로 사는 매혈이 성행하던 시절.

“피가 모자라 매혈이 성행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심각함을 느꼈습니다. ‘내 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하는 마음으로 헌혈을 시작한 거죠.”

박씨는 “IMF한파로 국민이 금모으기운동을 펼쳐 뿌듯하지만 헌혈도 사실상 국민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경제살리기운동”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제조용 혈장 수입에 연간 3천2백만달러가 낭비되고 있어 헌혈을 하면 그만큼 외화유출은 줄어 든다는 설명. 주기적인 헌혈로 간기능 간염검사 등 건강을 체크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도 아예 가족을 모두 데리고 헌혈차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주는 헌혈장 금장을 받았다.

“1백회를 목표로 ‘헌혈 정년 65세’까지 계속 헌혈을 하겠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하면 헌혈차에 오르는 일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겁니다.”

〈인천〓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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