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청와대 안주인에 거는 기대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대통령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청와대 안주인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대통령 부인의 정치간여에 대해선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은 주로 청소년교육이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적절한 역할을 펴 왔다. 행정이나 제도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빈틈에 퍼스트레이디의 손길이 닿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승만(李承晩)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여사는 남편이 기분나쁠 신문기사를 눈에 띄지 않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면담에서 이대통령을 언짢게 한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하게 차단했다. 대통령의 ‘심기(心氣)경호’였던 셈이다. 조병옥(趙炳玉) 장택상(張澤相)씨 같은 거물급은 경원의 대상이었다. 이대통령이 프란체스카여사에게 써 준 ‘德兼不忍 堂有太和 (덕은 모든 일을 참게 하고, 그러면 집안에 화목이 있다)라는 휘호도 인화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은 공화당간부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육영수(陸英修)여사를 가리켜 “여기 지독한 야당이 있으니 우리 말조심합시다”고 농담하곤 했다. 육여사는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부인들로 양지회(陽地會)를 조직해 사회봉사 활동을 벌였다. 난민촌 고아원 양로원 나환자촌 등에 이들은 후원의 손길을 활발히 뻗쳤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중에선 루스벨트 대통령의 엘리노여사가 존경받았다. 1932년 여름 시위가 벌어졌을 때 루스벨트는 “시위대에 다가가 함께 이야기하고 커피를 마셔라”고 부인에게 부탁했다. 후일 미국언론은 “후버 전대통령이 진압군대를 보낸 데 비해 루스벨트는 자신의 부인을 보냈다”고 기록했다.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화합 다지기와 그늘진 곳 어루만지기가 이희호여사를 기다리고 있음직하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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