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이 대답할 차례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북(對北)정책은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이고 현실적이다. 김대통령은 대북 기본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하면서 북한측이 스스로 판단해 호응해올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같은 손짓에 성의있게 답변해야 할 차례다.

무력도발 불용(不容), 흡수통일 배제,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추진 등 새 정부의 대북정책 3원칙이나 91년12월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남북관계의 ‘교과서’로 삼자는 김대통령의 주장을 북한이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이다. 한반도의 자주적 집단안보를 강조하면서 평화구축 장치로 4자회담을 내세운 것도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호소는 북한측이 특히 유념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북한 배려 자세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북한이 원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북한의 대외교류와 식량지원에도 적극 나설 뜻임을 밝혔으며 경제교류 역시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모든 정책은 투명하게 내실위주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나 남북문제 해법의 기본 방향으로 우선 쉬운 것, 가능한 것부터 논의해 나가자고 한 제의도 그렇다. 북한의 형편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과거와 같은 경쟁적 남북관계는 청산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사정을 염두에 두지않은 일방적인 제의는 오히려 상호간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어느 쪽이든 남북문제를 인기위주나 한건주의식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화해와 평화정착은커녕 불신만 쌓이게 된다. 김대통령이 밝힌 대북정책은 정권 초기의 일시적인 애드벌룬이 아니다. 전(前)정권의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민족적 비극을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제는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최근 북한은 ‘남북정당사회단체 연합회의’를 거듭 제의하는 등 외형상으로는 화해제스처를 보이는 듯하고 김대통령의 취임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고 있다는 평가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남(對南)정책이 변했다는 징조는 없다. 주한미군 철수나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 안기부 해체, 보안법 철폐를 계속 주장하는가 하면 남북한 대화도 종래와 같이 정당사회단체만 상대하겠다고 한다. 정부간 대화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북관계에 더욱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대북정책은 결실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 북한이 민족의 장래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공은 일단 북한측에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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