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심야의 통수권이양

  • 입력 1998년 2월 25일 19시 56분


▼참으로 이상한 통수권이양 모습이었다. 군과 대통령경호실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상도동 사저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산자택에 각각 ‘통수 핫라인’을 설치, 25일 0시 이전까지는 상도동라인을 가동하다가 0시 이후에는 일산라인을 가동했다. 군 통수권이양은 이렇게 한밤중에 핫라인을 끊고 잇는 것으로 이뤄졌다. ▼92년 클린턴이 부시로부터 군 통수권을 넘겨 받을 때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취임식 당일 오전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서 신구대통령이 부부동반으로 나란히 서서 악수를 나누었다. 이때 핵단추가 든 블랙박스가 클린턴의 손에 넘어감으로써 군 통수권은 이양됐다. 이어 곧바로 부시부부는 대기시켜놓은 헬기를 타고 고향으로 떠났고 클린턴부부는 승용차로 취임식장인 의사당광장으로 이동했다. ▼너무나 대비되는 양국의 군 통수권이양 모습이다. 우리의 통수권 이양이 한밤중에 이뤄진 것은 물러난 김영삼전대통령이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임기가 25일 0시까지로 돼 있는 것을 내세워 24일 오후 5시경 청와대를 떠나 상도동으로 갔기 때문이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경우 24일 하룻밤을 청와대에서 자고 다음날 오전 후임인 김영삼대통령과 악수교대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번거로운 일은 없었다. ▼법 규정을 내세우며 단 몇시간도 임기를 넘기지 않겠다는 김전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나무라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과 같은 ‘한밤중의 통수권이양’도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깜깜한 밤중에, 모두가 잠든 사이에 군 통수권이 넘어가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고 무엇보다 국민으로서는 불안하기도 하다. 관련법을 고쳐서라도 다음번 정권교체 때는 밝은 대낮에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통수권 이양이 이뤄졌으면 한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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