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만해상 시문학부문 첫수상자 시인 고은

  • 입력 1998년 2월 9일 07시 58분


시인 고은(63).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제정한 만해상 시문학부문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만해의 뜻을 기리는 상의 임자가 되기는 88년 창작과 비평사의 ‘만해문학상’ 수상에 이어 두번째다. 승려생활을 하던 50년대, 오가는 사람없이 폐허가 되다시피한 백담사를 홀로 지키며 정진했던 것이나 ‘한용운평전’(75년)을 펴낸 내력으로 미루어 그의 수상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수상소감으로 “만해의 추종자는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판적 계승만이 진정한 계승이기 때문’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제 시대가 다른데 어떻게 그를 무조건 따를 수 있겠습니까. 다만 시대의 격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아를 지켜낸 만해의 꼿꼿함이 오늘처럼 혼돈스런 시대에 새삼스레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지요.” 수많은 문학애호가들과 마찬가지로 고은도 ‘님의 침묵’을 통해 만해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그는 만해문학의 가장 귀한부분이‘님’이라고 주저없이 꼽는다. “소월도 미당도 님을 얘기했지만 한국근현대문학사에서 만해만큼 ‘님’을 하나의 명제로 던지고 간 사람은 없습니다. 만해의 님이 무엇입니까. 나와 남의 합일체입니다. 만해의 님은 해답이 내려지지 않은 채 여전히 싱그러운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86년부터 대하 연작시 ‘만인보’를 펴내고 있는 고은. 유년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났던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시로 형상화한 그 만인(萬人)이 “사실은 무한히 확장된 나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만해의 님의 의미를 좇으려는 한 실천인 셈이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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