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책임은 일본에 있다

동아일보 입력 1998-02-04 19:42수정 2009-09-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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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파기한 이후 한일 양국 어민간의 감정대립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어민들은 1천척의 어선을 동원해 자율규제수역에서 조업중인 우리 어선의 조업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공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우리 어선 2척이 일본 어선에 받혀 침몰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우리 어선에 순시선을 붙여 밀착 감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양국 어민들 사이의 감정대립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야 한다. 조업중 침몰한 우리 어선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일본 어선이 고의로 부딪쳐 침몰시켰다는 단서는 아직 없지만 그같은 일들이 잦다 보면 양국 국민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게 마련이다. 서로간의 감정 격화는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불러오고 마침내는 두 나라간 우호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분명한 것은 이같은 사태에 대한 원초적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에 있다는 점이다. 30여년 동안 양국간 어업질서를 평화롭게 유지시켜온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측은 일본이다. 일본은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우방과의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것도 정권교체기에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 들어간 이웃의 어려운 시기를 택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이 그러한 독단적인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또한 어업자율규제 합의를 종전대로 준수했을 것이고 오늘날과 같은 양국 어민들간의 대립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 어민들은 자기들 코 앞에서 우리 어선들이 막무가내로 조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따지고 보면 우리 어선의 조업은 합법적이다. 80년 합의한 양국 조업자율규제 대상 수역은 우리 어선의 경우 일본 영해 밖 5∼60해리다. 조업자율규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우리 어선이 일본 영해를 침범하여 조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본측이 조업 금지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우리 어선의 일본 영해 밖 조업에 대한 일본당국의 감시나 일본 어선들의 해상시위는 부당하다. 해양수산부는 일본의 조업방해가 계속될 경우 또다른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의 사태 전개에 대한 책임 또한 당연히 일본측에 있다. 국제법과 관례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파기한 일본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자성하는 자세로 문제에 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협상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간에는 상호 협력하고 의견조정을 해야 할 현안들이 많다. 어업문제가 그같은 현안들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공은 일본측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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