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자금수사 원칙대로

동아일보 입력 1998-02-01 20:12수정 2009-09-2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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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른바 ‘DJ비자금’ 수사에 착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식 고발이 있었다는 형식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통령선거 직전 수사를 유보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기대통령 취임 이전인 2월 중순까지로 수사시한을 못박은 것은 검찰이 과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고발장에 의하면 비자금 계좌가 3백65개, 액수가 6백70억원, 명의를 빌려준 친인척이 40여명에 이른다. 또 92년 대선을 전후해 10여개 기업으로부터 1백34억원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 외에 돈을 더 받았다는 것이다. 사건의 성격과 방대하고 복잡한 고발내용으로 볼 때 불과 2주일 안에 수사를 끝내기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면죄부를 주기 위한 모양갖추기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우리는 이 나라를 이끌어갈 차기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위법사실이 있는데도 차기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주는 데는 찬성할 수 없다. 이는 ‘법 앞의 평등’이란 대원칙이 깨지는 것을 뜻하며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정치의 시녀’임을 자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차기대통령 입장에서도 떳떳하게 국정을 이끌 수 없게 하고 재론의 여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수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를 가리는 또다른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정정당당한 수사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국제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수사는 반드시 원칙대로 진행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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