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편안-재미 추구… 최정화 작품전 국제화랑서

  • 입력 1998년 1월 19일 08시 14분


“미술아 얼른 내려와라.” 작가 최정화(37)는 늘 그렇게 얘기한다. 한없이 고상하게만 생각되는 미술. 이제는 격을 낮춰 누구나 쉽게 즐기는 쪽으로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서양화과(홍익대)를 졸업했지만 그는 그리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과자, 천으로 만든 여신상이나 로봇 사진작업 비디오…. “고상한 예술은 너무 답답하고 재미가 없어요.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요. 그래서 편안하면서 재미있고, 웃기도 하고, 때론 비웃기도 하고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화랑(02―735―8449). 지금 그곳에 가면 최정화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쌓고, 늘어놓고, 부풀리고, 세워놓고, 뉘어놓고…. 그의 작업들은 ‘미술놀이’며 또 ‘사물의 가두시위’다. 2월7일까지. ‘앙코르 앙코르 앙코르’ ‘나쁜 영화’ ‘갑갑함에 대하여―로보트의 죽음’ ‘날조 날림’….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들은 근대화 도시화 서구화속에서 나타나는 우리문화의 몰개성적이고 답답한 실체를 노출시킨다. 작가 박찬경은 “최정화의 작품캐비닛속에는 한국자본주의의 맹목성이 다량으로 산출한, 해석하기 어려운 욕망의 암호들, 그런 난해성의 리스트들이 들어있다”고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첫 국내개인전. 누구나 그렇듯 그의 작품도 먼저 외국에서 평가를 받았고 그래서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그의 한 작품은 이달초 호주 시드니의 퀸 빅토리아 쇼핑센터에 세워졌다. 지난해에만도 파리 도쿄 방콕 토론토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어쩌면 내 작품의 엉성함을 평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의 치밀함과 맞설 수 있는….” 그는 차림도 ‘괴짜’다. 머리와 콧수염은 시원하게 밀고 늘 턱수염을 하고 다닌다. 그는 “그것이 편해서 좋다”고 말한다. 그는 가슴시각개발연구소 대표로 국내 여러 카페의 인테리어작업을 많이 했다. 영화 ‘나쁜 영화’ ‘러브 러브’ ‘모텔 선인장’ 등의 아트 디렉터로 세트 소품 디자인 작업도 했다. “하나만 해서는 먹고 살수가 없어요. 재미도 없고….” 그런 그도 결혼은 했다. 부인은 같은 길을 걷는 설치작가 이형주(34). 〈송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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