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 리포트③]인터넷은행 美「SFNB」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96년 올림픽의 뜨거운 함성이 지구촌으로 울려퍼졌던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곳에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인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뱅크(SFNB)’가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인터넷에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은행에 가 있는 것처럼 편리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어 고객들은 SFNB(www.sfnb.com) 사옥이 어디에 있는지 굳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SFNB는 단 한 군데의 은행 점포나 강철금고 없이 95년 10월 18일 인터넷 은행 영업을 시작해 당시 세계 금융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미국 금융계는 인터넷은행의 출현을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미래의 금융 환경이 사이버은행을 향해 간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SFNB는 미국 전역에서 1만2천5백여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연간 예금액도 4천8백만달러를 넘어섰고 인터넷 접속건수만 해도 하루 7만건을 웃돈다. SFNB의 고객은 이용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3백65일 24시간 내내 지구촌 어느 곳에 있든지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사이버 은행과 만난다. 돈을 입출금하거나 계좌이체 대출 투자신탁 수표책발행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지난 18개월치의 금융 거래 내용도 마치 가계부를 보는 것처럼 열람해볼 수 있다. 1만2천5백여명의 고객과 신규 계좌 개설을 희망하는 고객을 상대하려면 몇 명의 직원이 필요할까. 이 사이버은행에는 겨우 직원 20명이 고객상담 업무를 보고 있다. SFNB가 실제 은행이었다면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과 미 전역에 은행 점포를 내고 건물 임대와 관리, 보안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막대한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인만 고객으로 받고 있는 이 은행을 이용하는 데는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넷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정도면 충분하다. 기존 온라인뱅킹처럼 전용 소프트웨어를 따로 구입하거나 설치할 필요가 없다. 예금통장도 아예 없다. 굳이 따져본다면 인터넷은행의 고객 개개인이 새로 계좌를 개설할 때 부여받은 사용자번호(ID)와 비밀번호가 통장이다. ID와 비밀번호로 인터넷에 들어가면 자신의 모든 거래 내용을 열람할 수 있다. 이자율이 높은 양도성예금증서(CD) 구입도 가능하다. ‘저비용 고효율’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터넷은행 SFNB는 거래 수수료도 저렴해 인기다. 기존 은행을 통해 거래할 때 건당 1.08달러, 전화를 이용하는 텔레뱅킹은 54센트, PC뱅킹은 26센트가 든다. 하지만 SFNB는 건당 13센트로 가장 싸다. SFNB는 고객들이 돈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계좌 개설과 동시에 ‘SFNB 비자카드’를 발행해 보내준다. 돈이 필요하면 비자카드를 이용해 현금입출금기(ATM)에서 꺼내 쓰면 된다. “혹 인터넷에서 해킹을 당해 내 돈을 도난맞지나 않을까”하는 걱정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SFNB는 미국의 다른 은행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FNB 고객의 사고 1건에 10만달러까지 바로 보상해주는 보험에 들어 있다. 손실액이 10만달러를 넘는다 해도 SFNB에서 모두 책임진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이 문을 연 후 지금까지 고객이 돈을 잃어버린 해킹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 SFNB는 회사 이름에서 밝힌 것처럼 ‘시큐리티 퍼스트(보안 제일)’를 가장 최우선으로 삼는다. SFNB 사람들은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은행이라고 주장한다. SFNB는 올 들어 그동안의 사업을 전면 수정할 방침이다. 다소 의외의 사실이지만 SFNB는 인터넷은행 부문을 2,3개월 내에 다른 회사에 매각한다. 그리고 사이버은행 시스템 개발에만 주력할 계획이다. SFNB 자회사인 ‘시큐리티 퍼스트 테크놀러지(S1)’가 바로 개발의 주역을 맡고 있다. 인터넷 프로그래머만 40여명인 이 회사가 차세대 사이버은행 기술과 보안 인증 기술을 개발해내고 있다. S1(www.S1.com)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50개 은행에 인터넷은행 시스템을 공급했다. 이들 은행에서 사이버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무려 5천만명, 인터넷으로 들어온 수신고 규모가 8천억 달러에 달한다. 인터넷은행은 이제 단순히 새로운 ‘테크놀러지’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고객에게 더 편리하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은행엔 인력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인 셈이다. 이제 갓 2년이 넘은 인터넷은행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해 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 생활 속에 새롭고 믿음직스러우면서도 편리한 사이버 금융 제도로 자리잡을 것이다. 〈애틀랜타〓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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