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윤종구/「IMF총독」 캉드쉬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캉드쉬다.” 이 말 한마디에 1백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갔다.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13일 오전 국제통화기금(IMF)캉드쉬총재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연쇄회담이 열린 서울 힐튼호텔 2층은 시장통처럼 분주했다. “노총과 무슨 얘기를 할거냐.” “한국정부와는 양해가 됐나.” 한국기자들이 서투른 영어로 질문공세를 벌였지만 캉드쉬 일행은 기다리고 있던 한국노총 간부들과 사진용 포즈를 잠시 취하고는 곧바로 회담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철커덕 문이 잠겼다. 오전 11시까지로 잡혔던 한국노총과의 회담이 예정을 30분이나 넘기자 미리 도착해 순서를 기다리던 민주노총 지도부에서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12시에 경제5단체장과 오찬약속이 있다던데 악수만 할거라면 그냥 돌아갑시다.” “한시간 이상 할애하지 않으면 만날 필요도 없어요.” 이러는 사이 IMF측 관계자를 만나고 온 한 민주노총 간부가 “캉드쉬가 상공회의소측과의 약속을 늦췄답니다”고 알려왔다. 곧이어 캉드쉬 일행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들과 민주노총 간부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갔다. 캉드쉬는 이번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잠시 악수를 나눈 뒤 다시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비슷한 시각 대한상공회의소 12층에서는 내로라하는 재계 거물들이 캉드쉬와의 ‘늦춰진’오찬을 위해 점심을 미룬 채 기다리고 있었다. 12일 오전 방한한 캉드쉬는 바빴다. 첫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이날은 노사대표를 면담했다. 노사정협의체 구성이 난항을 거듭하는 요즘, 캉드쉬는 불과 이틀만에 노사정 대표를 두루 만나고 돌아갔다. 그는 정말 ‘IMF시대의 대한민국 총독’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함이 회의장 안팎을 감쌌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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