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안일모/사형수 신장기증,행정미숙으로 무산

  • 입력 1998년 1월 13일 10시 08분


작년 12월31일 중범죄자 2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이중에는 시력장애로 실직당해 사회에 대한 앙심을 품고 승용차로 여의도광장을 질주해 무고한 시민들을 해친 범인도 포함돼 있었다. 중죄인임은 분명하지만 그는 속죄의 뜻으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금이나마 죄를 씻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그 고귀한 뜻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형을 집행하고 사망을 확인한 다음에야 유족에게 인계되는 절차에 따라 소중한 장기가 무의미하게 버려진 셈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식가능한 장기의 기증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장기기증이 어려운 현실에서 비록 죄인의 몸이지만 소중한 장기가 그냥 버려졌다니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행정의 융통성을 발휘했다면 두 생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안타깝다. 안일모(대구 남구 대명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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