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위기의 아시아」 美서 도와야

  • 입력 1998년 1월 8일 09시 44분


지난해 여름 동남아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태국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3년전 멕시코 금융위기때 미국의 신속한 반응과 대비된다. 그러나 작년 10월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요하자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IMF원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의 경우에도 역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이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아 수수방관에서 적극 개입으로 전환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 금융체계의 안전은 미국의 첫번째 국가이익이다. 또한 금융위기에 봉착한 나라들은 정치와 안보면에서 미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들로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다음으로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미국의 대(對)동아시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또 동아시아 화폐의 가치하락은 필연적으로 대미 수출증가로 이어져 미국과의 무역마찰을 심화시킬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는 전세계 무역과 금융자유화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의 세계화 및 자유화 실현이 어려워질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기회와 도전이 함께하는 셈이다. 미국은 관련국가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미국이 적극 개입하는 의도는 지원을 통해 미국식의 정치 및 경제모델을 동아시아국가가 따르도록 압력을 가하는 데 있다. 한편 어려움에 처한 동아시아국가들은 IMF가 제시한 ‘쓴약’을 삼키고 각박한 조건하에서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대외적으로는 문호를 더욱 개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들 국가와 미국의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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