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04)

입력 1998-01-06 07:37수정 2009-09-2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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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72〉 밤새도록 얼굴에 검댕 칠을 하며 울고불고하던 젊은이들은 날이 밝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명랑해졌습니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 너무나 이상하고 궁금해서 정신이 산만해지고 분별력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떤 경우든 그들의 신세 이야기나 내력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 노인의 말이 떠올라 애써 궁금증을 억누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궁금해져서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밤이 되자 노인은 우리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었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잔을 다 비우자 젊은이들은 다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얼마간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자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노인장, 이제 그걸 준비해 주세요. 시간이 다 되었으니까요.” 그러자 노인은 일어나 검댕과 재가 담긴 쟁반을 가져왔고, 젊은이들은 어젯밤에 한 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짓을 했습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짓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정말이지 나는 너무나 궁금하여 쓸개주머니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견디다못한 나는 마침내,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의 그 괴상한 행동에 대하여 물어보고야 말리라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물었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명랑하고 유쾌하던 분들이 어찌하여 그런 이상한 짓들을 하십니까? 다행히도 여러분은 모두 똑바른 정신을 가진 진실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하고 있는 짓은 정말이지 미친 사람이나 악마에 뒤집어쓴 사람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알라께 두고 부탁을 드립니다만, 제발 당신들이 어떤 분들이며, 하나같이 왼쪽 눈을 잃게 된 경위와, 또 얼굴을 재와 검댕으로 칠하며 울어야만 하는 사연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들은 내가 딱하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당신을 위해 충고하겠는데, 젊은 혈기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지 마십시오. 당신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쓸데없는 일에 공연히 호기심을 갖지 말아 주십시오.” 이렇게 말한 일동은 저마다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방금 내가 한 질문을 못들은 척하겠다는 투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잤습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열 명의 젊은이들은 똑같은 짓을 되풀이 했습니다. 이렇게 나는 그 젊은이들과 더불어 한 달 동안을 지냈습니다만, 그들은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얼굴에 검댕을 칠하며 울고불고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나의 궁금증은 점점 더 심해져서 마침내 나는 식사도 할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의 마음은 누를 수 없는 궁금증의 불길에 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오! 이 궁금증을 견디며 살아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기어코 저들의 비밀을 알아내고야 말 거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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