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이」정계 「외로운 비둘기」 레비 前외무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9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정책에 반발, 4일 전격 사임한 다비드 레비(60)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매파가 득세한 이스라엘 정계의 외로운 비둘기(온건파)’로 불려온 인물. 고졸 학력에 벽돌공으로 일하다 노조 운동 경력을 발판삼아 정계에 진출한 특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명망있는 가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해온 네타냐후 총리와는 걸어온 길이 사뭇 다르다. 레비는 리쿠드당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네타냐후의 당 운영방식과 노선에 불만을 품고 95년 리쿠드당을 뛰쳐나와 게셔당을 창당했다. 게셔당이 96년 리쿠드당을 비롯, 8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 우파정권에 참여하면서 레비는 외무장관직을 맡았다.그러나 레비는 평소의 소신대로 중동평화협상 및 국내 정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하면서 6차례나 사임 의사를 밝혀 ‘정가의 햄릿’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네타냐후가 유태인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펴온 강경 일변도의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팔레스타인과의 적극적인 평화협상, 골란고원의 시리아 반환 등이 그의 소신이다. 가난한 모로코 이민자 출신으로 자녀가 11명이나 되는 레비는 결국 사회복지 예산 삭감은 참을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레비가 의원이 5명뿐인 소수정당 게셔당을 이끌면서도 연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요인은 수시로 휘두르던 탈퇴 위협. 그의 사임은 네타냐후에게는 타격이 되었지만 휘두를 무기가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본인에게도 손해다. 〈고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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