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경주]슈마허 『모든것 잃었다』…F1우승욕심 반칙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4분


이 세상 어디에서도 폭주족이 설 곳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뽑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포뮬러원(F1)경기에서도 예외없이 이러한 원칙이 지켜졌다. 주인공은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28). 경주 시청인원만 연간 50억명이 넘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라 불리는 F1 경주는 매년 세계 17개국을 순회하며 경기를 치른다. 경기마다 6위이상 입상자에게 점수를 매겨 합계로 챔피언을 가린다. 슈마허는 일본에서 벌어진 16전까지 최대 라이벌인 캐나다출신 자크 빌뇌브(26)에게 1점차로 앞서 수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16전에서 서행을 지시하는 황색깃발을 무시한 빌뇌브가 벌점으로 2점을 몰수당해 얻은 불안한 수위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승리의 여신이 슈마허에게 손짓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슈마허는 이미 2차례나 최종 챔피언 자리에 올랐듯이 최고의 레이서. 이에 반해 F1경력 2년째인 빌뇌브는 시즌7승을 거두었지만 5차례 중도탈락하는 등 기복이 심했다. 스페인의 헤레스에서 벌어진 운명의 17전. 슈마허 입장에선 빌뇌브와 동점만을 기록해도 최종우승은 따논 당상. 4.4㎞ 트랙을 69바퀴 도는 결승전. 예선성적에 따라 빌뇌브 바로 뒤에서 슈마허가 출발했다. 슈마허가 마지막 욕심을 냈을까. 초반 처졌던 빌뇌브가 48바퀴째를 추월하는 순간 슈마허가 빌뇌브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결과는 빌뇌브 3위. 슈마허는 빌뇌브를 들이받으면서 오히려 자신이 자갈밭으로 밀려나 중도탈락했다. 최종 챔피언의 꿈이 날아가는 오만한 시도였다.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열린 경기심사위원회가 슈마허의 행동을 비신사적 행위로 규정, 시즌점수를 박탈해 준우승의 자리까지 놓친 것. 독일 어린이의 우상이자 유엔 친선대사까지 지낸 슈마허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반대로 「촌닭」이라고 놀림받던 대머리 총각 빌뇌브에겐 찬사가 쏟아졌다. 내년 3월 호주에선 새해 첫 F1대회가 열린다. 슈마허와 빌뇌브. 이들의 대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전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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