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日 음주운전 적발땐 직장까지 잃는다

  • 입력 1997년 12월 16일 07시 45분


『일본에서 생활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음주단속장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메이지(明治)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유학생 박준상씨(31)의 경험담이다. 도쿄(東京)에서도 가장 번화한 유흥가 신주쿠(新宿). 이곳을 담당하는 신주쿠경찰서 교통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박씨의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음주단속만을 위한 단속은 하지 않아요. 정기적인 순찰활동 중에 음주운전자라고 의심되는 경우에만 확인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처럼 길을 가로막고 강제로 차를 세워 음주운전을 단속하지 않고 일상업무의 하나로 음주운전을 단속한다는 것이 이 교통담당자의 설명이었다. 일본경찰이 이같이 음주단속을 대로변에서 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주차단속 등을 하며 자연스럽게 음주단속을 병행한다. 물론 일본에서도 대대적인 음주단속이 벌어지기도 한다. 매년 6월과 9월에 정기적으로 두차례씩 10일 동안 캠페인격인 「전국교통안전운동」기간을 정해놓고 전 경찰력을 투입, 일제 단속을 벌인다. 또 송년회 등 술마실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12월 중순 하순에 하루를 정해 전국일제음주단속을 벌인다. 대규모 단속을 벌일 때에도 교통흐름을 고려한 배려가 엿보인다. 주요 단속지점에 7,8명의 단속 경찰이 일렬로 늘어서서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의 안색을 살피고 말을 걸어보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자를 가려낸다. 경찰과 운전자가 1대1로 상대해 음주운전자가 경찰에게 흥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하고 단속경찰의 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단속방법이다. 단속은 다소 느슨한 듯이 보이지만 음주운전에 따른 처벌은 우리보다 훨씬 가혹하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본인은 물론 경우에 따라 회사측도 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해 이같은 음주관련 배후책임건수는 1백3건이나 됐다. 고치(高知)현은 지난달 현청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 해도 면직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일본에서의 음주운전은 직장까지 잃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길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음주단속은 33만7천1백79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3백24건이 발생했다. 일본의 운전면허 보유자수가 우리나라보다 3.9배나 많은 7천만명임을 고려하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사고가 10년째 연평균 18%의 증가율을 보이는 반면 일본은 「증가율 제로」이다. 일본에서 음주운전이 적은 이유에 대해 「일본통」들은 한결같이 음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술 취하는 것」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따라서 차량을 가진 사람에게 반주를 권하는 풍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일본인들은 술자리에서도 서로 술을 권하기보다는 녹차를 더 많이 마시고 있어 상대적으로 만취하거나 음주운전을 할 확률이 낮은 셈이다. 일본의 혈중알코올농도 허용기준은 우리와 마찬가지인 0.05%. 체질에 따라 다르지만 소주 두잔이나 맥주 세잔, 또는 양주 한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최근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 1백35㏄짜리 초미니 캔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식자리에서 한모금 분량인 초미니 맥주 한 캔으로 기분을 낸 뒤 차를 몰더라도 음주단속에는 걸리지 않게 돼 있다. 〈도쿄〓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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