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방식에서 보면 제15대 대통령선거의 최대 특징은 미디어선거의 본격화일 것이다. 특히 중앙과 지방을 합쳐 80여회나 열린 TV토론은 선거전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선거문화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유권자가 후보들을 안방에서 가까이 접촉할 수 있게 만들었고 선거자금을 훨씬 덜 들게 했다.
선거문화의 변화는 여러가지로 나타났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하자는 국민적 합의와 선거법 개정, 그리고 경제위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부정선거의 원흉으로 꼽히던 청중동원 금품수수 향응제공 선심관광 등이 크게 줄었다. 선거운동의 핵심이던 유세와 조직활동은 보조적 선거운동으로 격하됐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별로 들리지 않게 됐다. 지방자치제 실시와 정부의 중립의지에 따라 관권개입 시비도 거의 사라졌다. 선관위가 「잘하면 선진적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하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그러나 TV토론은 많은 과제도 남겼다. 전체적으로 TV토론은 정책의 비교와 검증에 미흡했고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을 확대 재생산했다. 특히 3회에 걸친 TV3사 합동토론회는 매회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으나 내용은 후보간 흠집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전의 1인 회견식 토론은 공정성 시비를 낳았다. 후보의 정견과 비전보다는 용모 의상 말투 제스처 재치 순발력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선거의 역기능도 드러냈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 5월의 지방선거부터는 성숙한 TV토론이 이뤄지도록 관련단체들이 지금부터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보완의 방향은 정책 비교검증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이제 TV선거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