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코오롱 여자팀 『눈물의 마지막 점심』

  • 입력 1997년 12월 12일 20시 16분


11일 서울 서초동 코오롱여자농구팀 숙소. 선수들은 「마지막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가 끝나면 뿔뿔이 흩어져야할 처지. 13명 가운데 농구를 계속하고 싶어하는 선수는 8명. 나머지는 회사에 사표를 제출, 짐을 꾸려 고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밥이 제대로 넘어갈 리 없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쪽에서 선수들을 바라보던 주방 아주머니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모기업의 자금난 때문에 팀 해체가 발표된 것은 지난 2일. 코오롱은 농구대잔치 원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명문팀으로 꼽혀왔기에 선수들에게 해체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동료들을 떠나보낸 뒤 남은 8명은 체육관으로 향했다. 자꾸만 처지는 몸을 추슬러가며 슛을 쏘고 드리블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도 무겁기만 하다. 회사에서 이달말까지 시한을 정하는 바람에 다음달부터는 숙소를 비워야 하고 운동할 곳도 없다. 24일엔 그토록 별렀던 97∼98농구대잔치 막이 오른다. 그러나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나가지도 못한다. 어떻게 하면 농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방법은 두가지. 다른 기업이 팀을 인수하거나 각 팀이 드래프트를 하는 것. 그러나 요즘같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팀을 맡겠다고 나설 기업이 있을 리 없다. 따라서 남은 길은 다른 팀들이 돌아가며 선수들을 뽑는 드래프트뿐. 주장인 김정민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팀으로 가면 「미운 오리새끼」가 될 수밖에 없다』며 『눈칫밥을 먹으며 어떻게 지내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놨다. 갓 입단한 어린 선수들은 드래프트 얘기만 나오면 울음을 터뜨린다. 언니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섭기 때문이다. 대한농구협회는 이날 오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코오롱을 포함, 위기에 처한 각 구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별위원회는 각 구단에 선수구제와 관련한 공문을 발송, 16일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자체적으로 드래프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드래프트를 해도 문제점은 남는다. 몇몇 선수만 뽑고 기량이 처지는 선수를 외면할 경우 이들은 등을 떠밀려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IMF사태에 강추위까지 겹친 요즘, 갈 곳없는 코오롱 선수들은 「어른」들이 밉기만 하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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