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세계사의 9가지 오해…」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0시 16분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여성을 폭행하며 환각제를 상용하는 히피들, 「트루 라이즈」에서 테러로 평화세계를 위협하는 아랍인들…. 이들은 과연 인류 역사의 불한당인가. 「세계사의 9가지 오해와 편견」(이영재 지음·웅진출판)은 강자의 논리에 의해 왜곡돼온 약자의 이미지를 제 위치로 돌려놓으려는 시도다. 저자는 「강자논리」의 대표적 텃밭인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주요 논의를 이끌어낸다. 2천년 동안 「피해자」였던 유태인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엔 박해자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럼에도 왜 영화속 유태인은 항상 선(善)이며 아랍인은 악(惡)이고 편협한 집단인가. 저자는 미국 인구의 2.5%에 불과한 유태인이 할리우드 간부의 60%를 차지한다는 데 주목한다. 저자는 인디언 등 인종적 약자뿐 아니라 동성애자 등 사회문화적 금기에 따라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온 집단에도 돋보기를 들이댄다. 「쇼생크 탈출」에서 포악한 「동성애자」들은 응징을 받게 되지만 그들의 본질은 교도소에서 「차선」의 방법으로 욕구를 해소하려 한 「이성애자」일 뿐이다. 그러나 영화의 이미지는 동성애자를 난폭한 집단으로 각인시키는데 한몫 한다는 것. 다양한 분석 뒤에 숨은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상이한 집단들이 관용과 이해로 벗하기를 호소하는 「공존」의 메시지로 읽힌다. 숨은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친숙한 주제에서 「왜곡」의 구조를 끌어내는 꼼꼼한 해부술이 돋보인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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