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신나간 歲費 인상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국회가 의원 입법활동비를 월 1백80만원에서 2백35만원으로 30.6%나 기습인상한 사실에 배신감을 누를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대를 맞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코흘리개들도 학용품 절약운동에 나선 때에 그런 짓을 하다니 정치권은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입법활동비 인상은 국회사무처 예산요구안에 포함됐다가 재정경제원의 조정과정에서 삭제된 것을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슬쩍 집어넣었다고 한다. 세비 가운데 수당(월2백25만원)은 장관급인데 입법활동비는 차관급이니까 이것도 장관급으로 올리자는 발상이었다. 의원들은 4급 보좌관을 1명에서 2명으로, 전체 보좌관을 5명에서 6명으로 늘리는 안도 함께 가결했다. 이 모든 과정은 공개논의를 거치지 않고 밀실에서 이뤄졌다. 그것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6일만인 11월26일의 일이었다. 비열한 속임수요 가증스러운 국민배신행위다. 정치권은 정경유착과 「검은 돈」,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공범이다. 금융개혁이 초미의 과제로 대두했어도 당리당략 때문에 금융개혁법안의 국회처리를 미뤘다. 자신들의 자금조달 편의 계산 탓인지 금융실명제 관련 법안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 터에 무슨 입법활동을 얼마나 했다고 입법 활동비를 스스로 올렸는지 뻔뻔하기 짝이 없다. 한 변호사의 헌법소원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각 정당은 입법활동비 인상을 철회키로 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또하나의 쇼로 비친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해 국민에게 즉각 사죄해야 한다. 22일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의원들은 세비인상과 보좌관증원을 정식 취소하고 국난 극복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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