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에 이어 증권 회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린 근본적인 원인은 증시 장기침체에 따라 주식 평가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
지난 9월말 현재 국내에서 주식 위탁매매 업무를 하고 있는 39개 증권사의 장부상 주식 평가손은 1조2백35억원.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평가손의 30%만 장부에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평가손은 3조2천6백15억원으로 추산된다. 증권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주식을 사고 팔아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셈이니 증권사가 얼마나 비틀거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했다가 발행기업의 도산으로 대신 물어준 금액도 1조4천3백억원에 이른다. 이 두 가지만 해도 39개 증권사의 총 자본금 4조2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10, 11월의 주가폭락과 기업 연쇄도산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휘청거리는 증권사가 결정타를 맞은 것은 지난 2일. 9개 종금사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 뒤 금융기관간 돈흐름이 꽉 막혀버렸다는 것.
K증권 관계자는 『종금사에 혼이 난 은행들이 콜자금 지원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매일 자금결제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증권사간 콜거래도 모두 끊겼다.
한 증권사의 임원은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증권시장이 완전히 마비될 날도 멀지 않았다』며 『장기저리의 한국은행 특별 융자를 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