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경제위기와 부도난 「공동체 의식」

  • 입력 1997년 12월 5일 20시 23분


▼종금사 9개사가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이후 금융가에는 온갖 루머가 나돌아 며칠사이 엄청난 예금 이동이 이루어졌다. 2,3개 은행의 파산설 합병설 등 설이 설을 낳았다. 불안한 예금주들은 돈을 빼내 비교적 건실하다고 알려진 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와중에 경영상태가 양호한 두 은행은 각각 총수신이 수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늘어나는 재미를 보았다 ▼3년만기 정기예금 같은 경우 만기 도래 전에 해약을 하면 절반 이상의 이자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일부 은행직원들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그 은행은 위험하니 당장 해약하고 우리 은행으로 가져오라』며 불안심리를 부추겨 고객들에게 손해를 주기도 했다. 『만기가 지난 뒤에 찾아 우리 은행에 입금하라』고 상담해 주는 은행원은 그래도 양심적인 편이었다고 한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빌려준 돈은 만기 전에 돌려받기 어려운데 예금주들이 돈을 자꾸 찾아가면 결국 지급불능 사태가 일어난다. 멀쩡한 은행도 이런 식으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넘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부가 은행이 인수 합병되더라도 예금 원금과 이자 전액을 지급보장하겠다고 밝혔는데도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다른 은행을 흔들어 예금을 유치하는 영업방식은 은행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비슷한 행태가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벌어졌다.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일부 생필품 재고가 바닥나 고객들에게 이들 품목의 수량을 제한 판매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대형 매장들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많은 물량을 주문한다』며 사재기 자제를 당부한다. 고통을 나누어 가지려는 공동체의식 없이는 경제 개발 30년만에 맞은 최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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