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아기새」 주희정 『이젠 큰 나래』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3분


『2년이면 충분할 거야』 나래블루버드의 최명룡감독은 팀의 막내 주희정(20)이 한국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성장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2년으로 잡았다. 그러나 그의 성장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시즌 초반엔 경기경험 부족으로 다소 어설펐지만 1라운드를 끝낸 이젠 단연 돋보이는 재목. 10경기에 모두 주전으로 나와 게임당 평균 4.5개의 어시스트를 엮어내 이 부문 4위. 가로채기는 2.9개로 6위를 차지했으며 평균 득점은 11.3점. 겉으로 드러난 수치상의 비교에서도 토종최고의 포인트가드 강동희(기아)나 이상민(현대)에 결코 처지지 않는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불같은 투지는 선배들보다 한수위. 3일 대우전은 그의 진가가 화려하게 꽃을 피운 한판. 40분을 풀타임으로 뛰며 득점과 어시스트, 가로채기, 리바운드 등 공수 전 부문에서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승부처가 된 4쿼터에서 11점을 쏟아부은 것을 비롯, 23득점에 어시스트 7개. 4차례나 상대편 볼을 가로챘으며 5번의 속공을 연결시켜 팀전체 속공의 절반을 도맡았다. 공격리바운드도 3개. 경기가 끝난 뒤 최감독은 『희정이가 신인답지 않게 무리없이 경기를 이끌었다』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그를 꼽았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격력도 상당부분 보완됐다는 평. 이제 주희정이 빠진 나래는 상상하기 힘들다. 탁월한 경기감각과 폭넓은 시야가 요구되는 포인트가드를 맡기에는 아직 불안하다던 일부의 우려는 가신 지 이미 오래. 나래가 지난해 제몫을 한 포인트가드 이인규를 올시즌 도중 동양오리온스로 트레이드한 것도 주희정만으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때문이었다. 불우한 가정형편과 대학중퇴라는 이중의 좌절을 딛고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한 「아기파랑새」 주희정. 그는 이제 파랑새호의 조타수이자 한국농구의 차세대 희망이다. 〈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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